WHAT IS YOUR FLOWER YOU LOVE?

where  is  your  healing  place

만일 누군가 수백만 개의 별 가운데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한다고 해봐. 그는 별들을 쳐다보기만 해도 행복할 거야.

이렇게 생각하겠지. ‘내 꽃이 어딘가 있어.’ 양의 꽃을 먹어
버리면 그는 모든 별들이 일순간 자취를 감춰버린 느낌을
받겠지. 그런데 그게 중요하지 않는 일이야?

<어린왕자 中>
chapter 1

olympic park

  당신에게 쳐다보기만 해도 행복이 차오르는 단 하나의 꽃은 무엇인가?
그 꽃의 형상은 장소일 수도, 사물일 수도, 사람일 수도 있다. 나에게는 남들에게
전혀 특별하지 않을 수 있는 공간에서 숨을 고를 때 내 안의 깊숙했던 추억 속의
떨림이 그대로 코끝을 서리는 두 공간이 존재한다.

CHAPTER 1.  
  인생이 '나와 덕질' 딱 두 가지로 나눠져있었던 나의 사춘기 시절,  누구는 겨울의
냉기를 첫 사랑의 간질간질한 설렘으로 추위를 녹이는 시절에 나는 열기 가득 찬
공연장에서 설렘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공연 가기 3개월 전, 나의 바쁜 손놀림에 따라 내 가수를 볼 수 있는지 없는지가
판 가름 난다. 열 손가락을 세 번 접으며 그때 따라 지겹도록 긴 겨울밤을 흘려
보내면 성공적인 손놀림의 보상으로 공연의 문을 열어주는 소중한 종이가 집으로
찾아온다. 1년의 긴 인내도 모자라 열성을 다한 노력 끝에 기어코 내 품으로 찾아온
티켓을 쥔 순간 부터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들뜸으로 빼곡히 채운 한 달이 눈 깜짝할
새 흘러져 버린다. 그렇게 대망의 콘서트 날이 다가온다.

  전 날에는 그간 다른, 나도 주체 못 하는 설렘으로 밤잠을 뒤척이다가 힘겹게
단잠이 들면 동이 트기가 무섭게 내 눈도 자연스레 떠버린다. 아직은 거뭇한
동네에 몇안되는 환한 불이 밝혀진 내 방에서는 사춘기 시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치장을 하고 아침 새벽 속 찬바람과 함께 공연장으로 향한다. 일찍이부터
공연장이 위치한 이곳에서는 나와 비슷한 설렘을 지닌 이름 모를 이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콘서트장에서만 파는 굿즈들을 사는 사람들, 동일한 무언가를 함께
좋아한다는 단 하나의 동지애로 뭉친 우리만의 흥미로운 소통의 장을 즐기는
사람들은 배도 고픈지도 추운지도 까마득히 잊은 것만 같다. 붉은 빛이 푸른
하늘을 뒤덮기 시작할 때쯤, 이곳에서 우리들의 함성소리와 가수의 음악소리가
뒤엉켜 새어 나면서 3달 전부터 그토록 기다려 왔던 콘서트가 시작된다.
chapter 2

gyeongju

CHAPTER 2.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수록 감정에는 새로움보다 익숙한 게 많아지면서 가끔은
익숙한 감정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하지만 현재 어영부영 어른의 명표를 달게 된
나는 한낱의 추억인 줄만 알았던 동심의 몽글몽글한 감정과 순수했던 뛰놀음만은  
그때 그 시절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돼갈수록
내기억 속 동심의 가치는 높아져만 간다.

  모두가 그렇듯 나는 나만의 어릴 적 동심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변함
없이 지니고 사는 데에는 시골의 할머니 댁과 이곳이 큰 역할을 도왔다. 아빠의 출장과
함께 얼떨결에 시작된 이곳과의 짧았던 인연은, 동심의 낭만들이 담긴 추억의 잔향기로
배어졌다. 아파트로 동네를 채운 서울의 전 집과 달랐던 우리 집 뒤 기찻길을 거닐 때면
환상 같던 지브리 주인공이 되어버렸고, 달고나를 먹기 위해 골목 가득히 채운 수두룩한
문방구들을 탐방하며 고른 허름한 문방구는 나만의 작은 아지트가 되어주었다. 가끔씩은
동네를 벗어나 가족끼리 갔던 바다 절벽에 걸쳐진 화덕피자집에서 창밖 너머 구경하던
외국인 요리사 아저씨의 화려한 손기술은 두 남매의 작은 마술쇼였고, 바닷바람을 가로
지르며 뛰노는 우리를 보며 피자를 기다리는 일은 부모님만의 낭만에 일조하였다. 어쩌면
이미 추억이 된 그 시절이 당시에 느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게 느끼지는 감정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나만의 동심의 체취는 변함없이 그 향기를 잃지 않았다.

  모두에게도 이처럼 당신만의 꽃을 품고 있는 별이 하나쯤 있지 않은가? 다양한 이유들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 꽃의 존재 이유로 혹은 그 꽃을 품은 별과 함께
있다는 이유로 며칠 혹은 몇 달 또는 그 이상의 인내가 설렘을 안겨주지 않는가. 혹여나
당신만의 꽃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따라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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